한국안전시민연합

KCSU NEWS

홈 > 연합활동 > 보도자료
보도자료

여탕 소방점검 안해… ‘가려진 비상구’ 바로잡을 기회 놓쳤다

최고관리자 0 1,975 2017.12.25 13:57

여탕 소방점검 안해… ‘가려진 비상구’ 바로잡을 기회 놓쳤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한달전 설비업체 점검내용 입수
건물 전면 새까맣게 탔는데 뒤편 비상계단은 멀쩡 비상구만 찾았더라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불이 시작된 건물 전면은 새까맣게 타 본래 색깔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왼쪽 사진). 그러나 비상구와 비상계단이 있는 건물 뒤편은 간판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소방 당국은 비상계단의 존재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에 있던 한 남성이 “불이야!”라고 외치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1층에 있던 직원 A 씨는 옆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관리인 김모 씨에게 건넸다. 불은 아직 1층 주차장 천장에서만 번지고 있었다. 소화기로 진화가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소화기는 먹통이었다. 김 씨가 “소화기가 안 돼!”라고 소리쳤다. A 씨가 급하게 다른 소화기 두 대를 찾았다. 이미 불붙은 차량에서 ‘펑’ 하고 폭발음까지 났다. 

○ 무시당한 소방점검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소방설비의 총체적 부실이 빚은 참극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4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건물 소방점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 소방점검업체 J사는 경보와 피난, 소화 등 5개 부문에서 30개 항목 67곳을 수리 대상으로 판정했다. 

불이 시작된 1층에서만 19곳이 확인됐다. 1층 비상계단에 있던 소화기는 사용 연한(10년)을 넘겼다. 스프링클러 밸브는 배관 누수로 알람밸브가 폐쇄된 상태였다. 화재 시 벨소리를 울리는 경종(警鐘)도 불량이었다. 필로티 구조 건물에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호스 릴과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는 표지판이 붙어 있지 않았다. 표시등도 파손돼 있었다. 화재감지기는 1층에서만 5곳이 고장 난 상태였다. 피난구 유도등도 4개나 꺼져 있었다. 이런 문제는 여탕이 있는 2층 사우나 내부를 제외한 모든 층(1, 3∼8층)에서 비슷했다. 

하지만 20명이나 숨진 2층 여탕 내부에서는 별다른 지적 사항이 없었다. 당시 2층 내부에서는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세입자들에 따르면 11월 말 당시 남성 3, 4명이 소방점검을 실시했지만 여탕이 영업 중이라 내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목욕용품 수납장이 비상구 위치를 가리고 탈출로 폭이 50cm 정도로 좁아진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상구는 가장 중요한 소방점검 대상이다. 비상구 근처 물건 방치는 곧바로 시정 조치를 내려야 한다. 비상구 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일정 기간 내 반드시 보수하도록 해야 한다. 해당 건물의 소방점검 결과를 살펴본 한 소방전문가는 “2층 여탕 안에 들어가서 비상구를 봤다면 문제점을 지적했을 것이다. 아무 지적이 없었다는 건 점검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건물주 이모 씨는 “보수공사 규모가 클 것 같아 직원들에게 손을 대지 말라고 지시하고 나중에 따로 업체를 불러서 공사하려 했다”고 말했다. 

○ 누수로 인한 합선 가능성 수사 

경찰은 24일 건물주 이 씨와 관리인 김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불이 난 당일 김 씨 등은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했다. 그로부터 1시간도 안 돼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주 이 씨에 따르면 이전에도 1층 천장 배관이 동파돼 하루 1, 2회씩 물을 퍼냈다고 한다. 또 겨울이 되자 천장에 고인 물이 얼어 생긴 고드름이 주차장으로 떨어져 아침마다 이를 제거하는 일을 했다.

경찰은 약 한 달 전 천장에 설치한 배관 동파 방지용 보온덮개가 화재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피고 있다. 김 씨가 얼음을 제거하다가 보온덮개에 엉켜 있는 전기회로나 전선 등에 물이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인에게 “누전으로 인한 화재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때 사우나를 이용했다가 가까스로 탈출해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생존자의 부인 박모 씨는 평소에도 물이 새는 천장에서 공사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박 씨는 “천장에서 무슨 공사 같은 걸 할 때마다 전선들이 물에 젖은 채 축 늘어져 있어 불안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다른 곳으로 사우나를 옮겼는데 남편은 계속 다녔다”고 말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숨진 사망자 중 일부가 불이 난 뒤에도 한동안 가족들과 통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망자 장모씨는 건물 밖으로 먼저 빠져나간 남편과 17분간 통화했다고 유족들이 주장했다. 장씨가 남편에게 '망치로 쳐도 유리가 안 깨진다'고 울부짖었다는 것이다. 8층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10대 여학생은 화재 후 아버지와 거의 한 시간 동안 통화했다고 한다. 딸, 외손녀와 함께 숨진 김모씨는 오후 5시 넘어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고 가족들이 주장했다.

이들 주장이 맞는다면, 소방대원들이 출동 직후 2층 유리창을 깼더라면 상당수 사망자를 구해냈을지 모른다. 섣불리 창문을 깰 경우 건물 내부로 산소가 한꺼번에 공급되면서 폭발적으로 타버리는 백드래프트(backdraft) 현상을 우려했을 거라는 설명도 있다. 그건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었다. 화재 발생 40분 뒤 유리창을 깨고 보니 2층엔 화염은 없고 연기만 가득 찬 상황이었다.

의아한 것은 소방 당국과 경찰이 스포츠센터에서 수거한 휴대폰이 10여대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망자들 휴대폰에는 당시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통화 내용이나 영상 정보 등이 담겨 있을 수 있다. 2층 여성 목욕탕에선 20명이나 사망했지만 내부가 불에 탄 흔적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휴대폰도 대부분 멀쩡한 상태로 수거됐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수거된 휴대폰은 없다"고 하다가 24일 오후에야 수거한 휴대폰을 유족들에게 돌려줬다.

 

결론 : 비상구 없는 소방안전점검 부실과  인명구조를 못한 제천소방서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