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수 성향 언론 매체 워싱턴 프리비컨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지난달 27일 신장비 시험 전문인 사로프급 재래식 잠수함을 이용해 핵탄두 탑재 수중 드론 시험을 한 사실을 탐지했다.

이에 따라 애초 2019년 시제품을 생산한 후 1∼2년 사이에 시험할 계획이었던 러시아는 시험 기간을 3년 이상 앞당겼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시험 사실 확인 요청에 "러시아의 수중 군사 장비 개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정통한 복수의 국방부 소식통은 시험 사실을 확인했다.

'카년'(Kany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뢰 모양의 이 수중 드론의 개발 사실은 지난해 9월 처음 알려졌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개월 뒤 주재한 방위산업 관련 안보 관계부처 회의 과정에서 관련 문건이 TV 방송을 통해 우연히 공개되면서부터 본격적인 관심을 끌었다.

러시아가 '다목적 대양 시스템- 스테이터스-6'(Status-6)로 부르는 항속거리 1만㎞의 이 수중 드론의 개발자는 잠수함 전문인 TsKB MT 루빈 설계국이다.

러시아가 개발해 시험 중인 핵탄두 탑재 핵추진 수중 드론 조감 [위키피디아 제공]

수중 드론의 주 표적은 조지아주 킹스 베이와 워싱턴주 퓨젓 사운드 등 메가톤급 다탄두 핵미사일(MIRV)을 탑재한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SSBN) 기지로 알려졌다. 또 뉴욕, 노퍽, 샌디에이고 등 주요 항만과 해군 기지 등도 타격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공개된 문건을 보면 "해안 지역에 있는 적국의 주요 경제 요소들에 손상을 주고 장기간 군사·경제적으로 활동하는 데 적합하지 않도록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 지역을 만들어 적의 영토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치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이 수중 드론이 "자체 동력으로 추진되는 수중 기기"로 오스카 2급 핵잠수함과 미확인 잠수함을 통해 이동 발사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킹스 베이 기지에 정박 중인 미해군 전략핵잠수함[미 국방부 제공]

특히 이 문건은 최신형 오스크 2급 핵잠수함이 네 척의 수중 드론을, 종류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다른 잠수함은 3∼6척의 수중 드론을 각각 탑재 발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중 드론의 잠항 심도는 1천m, 속도는 시속 104㎞인 것으로 밝혀졌다. 핵 추진 동력을 갖춘 이 수중 드론은 지휘선, 지원선, 사로프급 재래식 잠수함, 구조함 등을 통해 지휘 통제가 가능하다.

미 국방부 출신의 핵무기 전문가인 국립 공공정책연구소(NIPP) 소속 마크 슈나이더 연구원은 "핵탄두를 탑재하고 핵 동력으로 추진되는 수중 드론은 푸틴 정권이 추진하는 가장 무책임한(irresponsible) 핵무기 계획"이라며 "이는 대규모 살상과 방사능 오염을 초래해 전쟁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중 드론의 속도와 잠항 심도가 미 해군 잠수함의 추적을 쉽게 따돌릴 수 있어 요격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프리비컨은 미군 수뇌부를 긴장시킨 것은 러시아의 군사전략 변화라고 지적했다. 무력 충돌 시 핵전력 의존도를 높이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전략 변화는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노후화한 재래전력을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지역 분쟁 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저 폭발력의 전술 핵무기도 개발한 것으로 정보기관에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