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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 항공우주산업 본사를 가다

최고관리자 0 1,505 2019.03.26 06:04

완벽한 항공기, 하나의 부품으로부터’ 지난 20일 찾은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공장 부품동은 넓고 깨끗했다. 항공기 기체 일부를 만드는 부품동 안에 먼지 방지를 위한 클린룸 7곳이 있었다. 클린룸 안으로 들어서니 흰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이 삼각자를 대고 탄소 소재인 ‘카본 테이프(Carbon Unidirectional Tape)’를 한 장씩 잘라냈다. 보잉 대표 여객기 B-787 몸통 기체를 만드는 첫 작업이었다. 커다란 검은색 절연 테이프처럼 생긴 카본 테이프는 가로로 잡고 힘을 줬을 땐 쉽게 찢어졌지만, 세로로 잡아당기자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하지 않았다. 뒷면에 씌운 비닐을 벗겨내니 접착제가 묻어 있었다.

 

이 카본 테이프를 300여개를 교차해 붙인 뒤 350도 고온에서 구워내면 항공 신소재인 ‘복합재(Composite)’가 된다. 복합재로 만들어진 B-787 기체 부품들은 플라스틱처럼 가벼우면서도 다이아몬드로 가공해야 할 만큼 단단했다. 항공기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알루미늄 무게의 25% 수준이다. 복합재를 항공기 소재로 사용하면 중량이 감소해 연료 효율이 높아진다. KAI 관계자는 "굴곡이 많은 항공기 기체는 기계로 자동 작업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장씩 직접 사람이 이어 붙여야 한다"며 "항공 산업이야말로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 공장 부품동에서 작업자가 복합재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KAI 제공 ◇ 건군 이래 최대 예산 투입된 KF-X 생산 준비 여념 복합재는 KAI가 생산하는 T-50 고등훈련기, 기동헬기 수리온(KUH) 뿐 아니라 건군 이래 최대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KF-X) 제작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KF-X 사업은 2015년부터 2026년까지 8조원을 투입해 노후화된 공군 전투기를 대체할 4.5세대급 한국형전투기를 개발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체계 개발비만 8조원이고 전투기 시제기 제작과 항공전자 및 무장 통합, 120대 양산비까지 포함하면 30년 동안 30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체계 개발은 실제 양산할 장비에 대해 상세 설계를 마치고, 시제품까지 제작하는 것이다.

 

이날 기체를 조립하는 조립동과 항공기를 최종 완성하는 항공기동은 KF-X 생산 시설을 갖추기 위해 바닥 안정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조립동과 항공기동은 기둥이 없는 무주공법으로 건축돼 제조 레이아웃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생산 계획에 따라 다른 기체나 항공기를 생산하던 공간을 비우고, 그 자리에 KF-X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다. 생산 장비 등은 오는 9~10월쯤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다. KAI는 지난 2월 KF-X 시제기에 들어가는 전방동체 주요 기골 ‘벌크헤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부품 생산에 들어갔다. 벌크헤드는 전투기가 고속으로 비행할 때 발생하는 압력으로부터 항공기 변형을 방지하는 주요 구조물로 뼈대 역할을 한다. 2021년 4월 시제기 출고가 목표다.

 

 2032년까지 120대를 생산해 공군에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KF-X 체계개발 사업에는 국내 대학 16곳, 연구소 11곳, 업체 85곳 등 11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해외 기술협력업체로 미국 록히드마틴, 인도네시아 IAe 등이 참여한다. 현재 KF-X는 전체 설계도면의 15%가 진행됐고, 상세설계검토가 완료되는 9월까지 80% 이상 완료될 전망이다. KF-X는 지난 1월 KAI가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체계개발 분담금 1320억원을 받으면서 인도네시아의 사업 철수 우려를 해소하고 탄력을 받은 상태다. ◇ 방산을 넘어 항공으로…제2의 도약 준비하는 KAI 이날 KAI 공장 곳곳에는 '2030년 매출 20조, 세계 6위 항공우주 체계종합업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KAI는 올해 초 군수 사업에 머물지 않고 민수 사업과 미래형 무인이동체 등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해 2030년까지 국가 항공우주산업을 연간 20조원 규모로 키우고 강소기업 1000여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KAI에서는 군용기 뿐 아니라 보잉,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업체의 기체도 만들고 있다. 조립동에서는 보잉의 B-737 꼬리 날개를 생산 중인데 한 달에 20기 가량 제작한다. B-737 날개 기체 접합면에는 1642 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KAI에서 생산한 1642번째 B-737 꼬리 날개라는 의미다. KAI는 A350 항공기 날개 및 동체 구조물 등도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에어버스 A350 날개 안에 들어가는 갈비뼈 모양의 구조물(윙립)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에서 생산 중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항공정비(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설립한 한국항공서비스주시회사(KAEMS)는 KAI를 비롯해 한국공항공사, 경남은행, 부산은행, BNK투자증권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해외 정비업체에 의존하던 연간 1조원 규모의 항공기 정비 사업을 국내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KAEMS 공장 한 쪽에는 가림막이 펼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 미군이 한국과 일본기지에서 운용 중인 F-16 전투기가 일렬로 늘어서 정비를 받고 있었다. KAI 공장 자체도 출입통제가 엄격한데, F-16 전투기 정비 현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또 다른 허가증이 필요했다.

 

 F-16 정비 현장에는 볼펜 한 자루도 쉽게 들고 들어갈 수 없다. 정비 도중에 실수라도 물건을 항공기 안에 흘리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전투기에 대한 성능개량도 진행 중이다. 공군이 운용 중인 C-130H 수송기에 다기능레이더(MMR), 전방관측적외선 장비(FLIR) 등 각종 임무장비를 탑재해 작전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KAI 관계자는 "성능개량 사업이야말로 무궁무진한 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KAI 공장을 둘러보다보니 한화, 두산, 대한항공 등 다른 대기업 로고가 그려진 깃발이 공장 한 벽면에 가득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항공기 한 대를 제작하는데 여러 협력사와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생을 의미하는 차원에서 걸어둔 것이라고 했다. 항공기는 개발비가 많이 들 뿐 아니라 사업적 위험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국제 공동 개발과 공급업체와의 협력이 보편적이다. KAI는 지난해 항공우주분야 신규 협력회사 110개를 발굴해 전체 협력사 규모는 2017년 226개에서 2018년 336개로 늘리는 등 산업 인프라 확대를 추진 중이다. 또 항공 산업은 제조 공정상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려워 사람이 직접 다뤄야 하는 작업이 많아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높다. 실제 직원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KAI 직원은 2017년 9월 3658명에서 2018년 9월 4457명으로 21.8%나 증가했다. 지금도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산업 발전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항공기 업체 보잉의 직원 수는 14만명이다. 항공 산업이 향후 한국 제조업을 책임질 최첨단 산업인 만큼 정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 산업은 부품 수가 자동차 10배 이상으로 기계, 전자, 정보통신(IT), 소재 등 분야별 첨단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첨단 종합시스템 산업이다. KAI의 T-50 고등훈련기 1대 수출 가격은 쏘나타 1000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다.

 

김익상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지난 40년간 준비와 태동기를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해 2020년대 국내 제조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며 "민항기의 폭발적 수요에 따라 기체 구조물 사업을 핵심 역량으로 육성하는 KAI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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