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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장 폐쇄 1년]① 불꺼진 군산경제...상가는 문 닫고, 청년들은 외지로

최고관리자 0 84 01.28 12:40

 

  [GM 군산공장 폐쇄 1년]① 불꺼진 군산경제...상가는 문 닫고, 청년들은 외지로

 지난해 2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의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후 1년이 지났다. 완성차 공장과 인근 부품공장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군산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엔 GM의 부평·창원 공장도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며 추가 폐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GM의 군산공장 폐쇄발표 1년을 맞아 초토화한 지역경제와 위기를 맞은 부평·창원 공장을 취재했다. 또 GM 사태의 본질과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지난 23일 저녁 7시 전북 군산시 나운동의 유흥상가. 퇴근시간을 넘어 한창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거리는 어둡고 한산했다. 일부 식당과 주점, 노래방에 외부 조명에 들어오고 종업원들은 손님을 찾아 업소 앞을 서성댔지만, 거리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은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나운동은 한국GM 군산공장이 있는 군산시 소룡동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공단과 가깝기 때문에 퇴근 후 이 곳을 찾는 공장 근로자들이 몰리며 1990년부터 상권이 발달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나운동 일대 상권은 급격히 쇠퇴했다.

"완전히 죽은 상권이 됐죠. 재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지난해 한국GM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여기는 완전히 발길이 끊겼습니다." 나운동에서 만난 한 유흥업소 종업원은 연신 담배를 피우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운동 유흥가에서 돈을 쓰던 군산공장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상권도 함께 ‘박살’이 났다"며 "이 곳에서 수십 년간 영업을 해 왔던 상인들도 상당수가 빚더미를 안은 채 거리로 내몰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흥가에 위치한 건물들 가운데 저녁시간에 조명을 켜고 영업을 시작한 곳은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상당수 건물과 업소는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빈 상가와 건물 곳곳에는 ‘임대’, ‘건물 통매매’ 등이 써진 종이가 붙어 있었다.

공단이 위치한 소룡동 일대 먹자골목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 곳은 다양한 종류의 식당들이 포진해 공장 근로자들은 물론 외부의 군산시민들도 자주 찾는 곳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점포는 손님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군산시 상인들은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 지역경제는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군산시 영화동에서 ‘명궁칼국수’를 운영하는 조혜진 사장(38)은 "공장이 문을 닫은 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지역 전체적으로 돈이 돌지 않으니 군산 경제가 다함께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의 남편은 군산시 일대에서 달걀 유통업을 한다고 했다. 그는 "달걀을 사던 식당과 술집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남편의 수입도 절반 이상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2월 제너럴모터스(GM)는 크루즈와 올란도 등을 생산하던 한국GM 군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GM과 정부가 두 달여간 추가 자금지원 협상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한국 시장에서의 전면 철수론은 수면 아래로 사라졌지만, 군산공장은 예정대로 결국 문을 닫았다.

최근 몇 년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 등으로 침체를 겪던 군산시는 한국GM 공장마저 폐쇄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군산시에 따르면 2017년말 27만5000명이었던 지역 인구는 지난해말 27만2600명으로 1년만에 24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실업률은 전년동기대비 2.5%포인트 상승한 4.1%에 달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군산 경제를 지탱해야 할 젊은 인구의 유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윤준원 군산대 기계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과거 이 곳에서 학업을 마친 지역 인재들은 한국GM 군산공장이나 부품 협력사로 많이 취업을 했지만, 지금은 인근의 완주, 김제 등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을 지탱해야 할 젊은 인력들의 이탈로 군산 경제가 더욱 활기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군산시에서 10년 넘게 부동산 공인중개사로 일해 온 강채민씨(41)는 "군산시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던 공단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텅빈 원룸 건물들만 쌓이고 있고, 아파트 역시 팔 사람만 넘치고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데다, 곡창지대로 오랜 기간 번성해 일제시대 적산가옥 등 눈에 띄는 볼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군산을 찾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죽어간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점차 끊기고 있다고 전했다.

군산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김모씨는 대뜸 ‘광주형 일자리’를 언급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광주형 일자리 지원을 강조하는 것을 TV로 봤다"며 "공장 폐쇄로 죽어가는 군산은 나몰라라 하면서 광주에는 ‘올인’을 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5월 찾았던 군산시 나운동 일대는 ‘한 표’를 호소하는 각 정당의 선거운동 열기로 잠시 활기를 띠기도 했었다. 당시 주요 상권의 건물 외벽에는 "한국GM 군산공장에 전기차 업체를 유치하겠다" " 정부의 지원금을 끌어오겠다"는 등의 공약을 적은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나부끼기도 했다.

그러나 군산공장 폐쇄 조치를 발표한 후 약 1년이 지난 지금 한국GM 군산공장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했고 공단 주변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채 죽은 거리로 남았다. 기업과 사람이 떠나간 군산은 상권의 붕괴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빠르게 ‘유령도시’가 돼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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