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시민연합

활동사항

홈 > 연합활동 > 활동사항
활동사항

한계례신문 [중부가 잠기다] 무시당하는 대피령

최고관리자 0 1,212 2016.10.31 04:09
[중부가 잠기다] 무시당하는 대피령

서울 양평2동 2만명에 내렸더니 435명 대피소 집결
영월군은 73명만 …군청은 “2200명 모여” 거짓말


  전종휘 기자 이재명 기자  

  

[관련기사]


• 장맛비 20일까지 더 내릴듯

• 낙동강 중상류 홍수주의보

• 대구·경북 호우주의보 해제

• 전북 집중호우 피해 잇따라

• 경남 호우주의보 해제

• 전국 대부분 호우특보 해제

• 금강하류 주의보 수위 근접

• 울산 호우주의보 해제

• 강변북로 구리방향 통행 재개


  

‘물난리‘ 중부가 잠기다
“동강 물이 넘칠 수 있으니 대피를 하라고 해도 안 해요.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었습니다.”

17일 강원도 영월군청의 방극환 복구지원계장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영월은 지형상 평창과 정선 쪽에 내린 비가 동강과 서강을 통해 모여들어 늘 홍수에 시달리는 지역이지만, 주민들은 관공서의 경고를 한귀로 흘려듣는다고 방 계장은 지적했다. 실제로 16일 영월읍을 가로지르는 동강의 영월대교 수위가 위험수치인 9m를 넘어서자 군청은 오전 9시 방송을 통해 대피 안내를 했으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를 무시했다.

군청 쪽은 물이 계속 불어 동강 수위가 12m 가까이 올라오며 영월대교 상판 바로 턱밑까지 차오르자 오후 3시 강제 대피 명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방 계장은 “사람들이 되레 강둑에서 물 구경을 하는 바람에 주변에 방재 장비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찰이나 군이 나서야 그나마 안내를 조금 따르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지대가 높은 곳에 설정된 대피장소에 모이지 않고 각자 알아서 행동을 하는 것도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자칫 대형 사태 발생 때 신속한 구조·구호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피명령만 내리고 ‘할 일 다 했다’는 식으로 대처하는 관청의 ‘부실 행정’은 주민들의 ‘무감각’보다 더 심각한 문제였다.

영월군청은 16일에 이어 17일까지도 “대피명령에 따라 모두 8261명이 강제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읍내에 있는 영월초등학교에만 2200명이 모였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의 사정은 ‘눈’을 의심해야 할 정도로 영 딴판이었다.

대피소를 감독했던 군 관계자는 “전날 지정된 대피장소에 있던 주민들의 수를 일일이 셌는데 가장 많은 때가 73명이었다”고 말했다. 영월군청은 재난 피해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주민들의 움직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이런 엇박자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침수지역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이날 새벽 5시30분께부터 안양천 둑이 무너지면서 하천 물이 유입되자 영등포구청은 오전 9시40분 주민대피 예비령을 전달하고 11시40분부터 12시40분까지 양평2동 전체 주민 7천여가구 2만여명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대피소가 마련된 당산초등학교 등 네 군데에 대피한 주민은 이날 오후 5시 136가구 435명, 밤 9시 261가구 830여명이었고, 가장 많을 때도 1천명을 넘지 않았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낮 동안 침수상황을 지켜보면서 집에 머물렀다. 저녁때가 되자 다행히 많은 주민들이 대피소 대신 인근 찜질방이나 친척집 등으로 옮겨갔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은 아파트에 그대로 남아 밤을 보냈다.

영등포구청의 한 관계자는 “대피방송만으로는 주민들에게 이를 따르도록 설득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영등포구 ‘ㅎ’아파트 상가 입주자인 명구재(40)씨는 “긴급 상황도 아니고 물이 서서히 차오르니까 굳이 대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며 “구청도 무조건 주민들에게 관공서나 학교, 교회 등으로 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 침수 상황과 여건, 주민들의 뜻에 맞춰 다양한 행동 지침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동현 한국안전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안전불감증이 국민들한테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 같다”며 “부족한 정부와 재난안내·대피 홍보를 공영방송·휴대전화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월/전종휘, 이재명 기자

symbio@hani.co.kr

 

Comments